[독후감] 82년생 김지영

워낙 화제인 책이어서 먼저 밝히고 들어갈 것 몇 가지.

1. 아직 성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다시 한국에 태어난다면 여자보다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페미니즘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2. 하지만 메갈 같은 과격한 행동을 하는 집단은 싫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페미의 범주가 아니다.
3. 이 책에 대해서는 '베스트셀러', '남자들에게 불편한 내용을 담은 책'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책을 꼭 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4. 그러다 얼마 전 한 여자 아이돌이 이 책을 읽었다고 밝힌 뒤 일부 남성팬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은 걸 보면서, 'GR들 한다. 이 책이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서 읽게 됐다.

과연 이 책은 남혐도서인가? 혹자의 말대로 '메갈 입문서'인가?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저렇게 표현하더라)
내가 읽고 내린 결론은 '그건 아니다'였다.
현재 30대 중후반의 여성이 살아오면서 겪었을 법한 차별, 무시, 희롱, 불편 등을 모아서 김지영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풀어낸 책이었다.
'그 모든 일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다 일어날 수 있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러니까 주인공이 된 거지.'라고 퉁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이른바 '남혐'스러운 내용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남성 독자로서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좋은 행동과 선택은 전부 여자들이 하고, 나쁜 건 다 남자가 하는 것처럼' 설정을 해놓은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면 김지영네 재산을 불린 것은 모두 어머니의 안목 덕분이었다거나, 주인공을 차별하고 희롱하는 건 전부 남자들이라거나 하는 것들)
거기다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가장의 공이나 남자들이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왜 여성의 희생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주인공이 여자니까'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_-;
중간중간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며 이런 이야기들이 소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그 점은 괜찮은 설정이었다고 본다.

책 분량이 긴 편이 아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문학 작품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언론사에서 쓴 가상의 인물에 사건을 투영해 다룬 '기획특집 기사'를 읽은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나이에 맞지 않거나 현실감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감정 이입을 방해하는 부분도 아쉬웠다.

결론을 말하자면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한 번 쯤 읽어볼만 했고 곱씹어볼만한 부분도 있는 책이었다. 남혐도서라거나 메갈 입문서는 아니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잘 기획한 책이란 느낌이었고 그게 시대정신과 잘 맞아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 같다. 주인공이 여자라서 그렇겠지만 너무 여성의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불편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김지영에게 피해를 준 것은 내가 아닌데도 같은 남자라고 싸잡아 비난을 당하는 기분. (정작 반성할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겠지 ㅠㅠ) 그 점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작성일 : 2018-04-10 / 조회수 :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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