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여행 3일차 - 고베] 고베에서 30만불짜리 야경을 보다

자, 이제 올나잇을 하러 고베로 가볼까...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오사카에서 고베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

이번 여행은 예산을 좀 타이트하게 잡았다.

일본에서 비싼 것은 교통비와 숙박비.
교통비는 어쩔 수 없으니 숙박비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마지막 밤은 올나잇을 하기로 계획했다.

처음엔 고베를 일정에 넣지 않았는데
'고베는 야경이 끝내준다'라던가 '백만불짜리 고베 야경'이란 말이 많아서
올나잇 장소를 고베로 잡게 되었다.

아무튼 오사카 구경을 마치고 밤 11시 45분 차로 고베를 향해 출발했다.

JR 고베역의 모습.

아... 왠지 모르게 노숙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_-

치안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지 가로등 예산이 없어서 그런지
밤거리가 매우 어두웠다.

일단 긴장과 갈증을 풀기 위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았다.
120엔.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여행 계획에 고베를 넣은 것은 여행 바로 며칠 전이었기 때문에
고베에 대한 정보나 계획이 거의 없었다.

고베 야경의 중심엔 고베 타워가 있던데...
일단 걷자.
그러면 지도라던가 멀리서 타워가 보이던가 하겠지.

걷다보니 너무 어둡다... -_-

아니... 여긴 그래도 고베의 이름이 붙어있는 역 주변인데
왜 이리 암울하고 썰렁한 거지? -_-;;;

뭔가 불안했지만 좀 더 걸어가봤다.

편의점 하나 등장.
그걸 제외하면 여전히 어두워!!! ㅠㅠ

아 정말... 일본에 와서 PC방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하다못해 맥도날드라던가 24시간 영업하는 뭔가 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건 너무 예상 밖이었다.

계속 걸어가보니 길가의 안내판에 고베시 지도가 있었다.
고베역은 위 사진상에 나와있지 않은데, 사진 윗쪽으로 바깥쪽에 위치해있다.

왼쪽의 붉은 동그라미가 목적지인 고베 타워.
오른쪽의 붉은 동그라미가 현재 위치.

아 이제 큰 길로 나가면 되는 거야?

큰 길로 나와보니 조명이 좀 갖춰져 있어서
슬슬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었음.

이곳을 지나 계속 걸어가보니~~~~~~~~~~~~





고베타워!!!! ㅠ.ㅠ


오오!!! 보고 싶었어!!!!!!!! ㅠㅠ

저녁까지는 타워에 불을 켜놓는 것 같던데
자정 넘어 도착했더니 불이 꺼져있고 상층부에만 실내조명이 켜져 있었다.

사진을 일부러 밝게 찍어서 타워의 색을 살려봤다.

...

근데 타워까지 왔지만 할 게 없어서 -_-
주변에 다른 볼 거리가 없는지 찾아봤다.

고베 타워 뒤로 가보니 물 건너에 거대쇼핑타운 같은 곳이 보인다.
가봤자 이미 다들 폐점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 멀리서 구경한 것으로 만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저기로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데
이때부터 벌써 여행의 피로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낼 때여서 멀리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닷가 호텔은 뽀대도 쥑이는 구나...

멀리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고베타워의 주변 공원 '메리켄 파크'를 둘러봤다.

공원이 바다로 둘러져 있고 멀리 보이는 야경이 멋져 보여서
이곳에서 30여분~1시간정도 야경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늦어서 불이 꺼진 곳이 많았기 때문에
백만불짜리 야경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30만불정도는 되지 않을까.

여행 가이드북에 고베를 소개할 때 나온 구도를 따라해서 찍어봤다.
이 위치가 맞나 모르겠네.

메리켄파크는 위 사진의 배와 주변 바다 야경이 멋졌지만
공원 내에 딱히 인상적인 건 없다는 느낌이었다.

고딩~대딩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몇 명씩 두 세 그룹으로 모여있었는데
괜히 말 걸었다가 치한으로 오해받을까봐 분위기가 썰렁해질까봐 끼어들지는 못했다.

...

메리켄파크를 둘러보고 나니 밤 3시.
전날 나라와 오사카를 돌아다니는 빡쎈 스케쥴을 강행한 상태로
잠도 안자고 가방 멘 채로 밤새 돌아다니니까 피로가 장난 아니었다.

그렇다고 오사카로 돌아가자니 첫차까지 2시간 정도 남은 것 같고...
어딘가 쉴 곳이 필요했다.
쉴 곳을 찾아 걸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쉴 곳이 나올 지 몰라서
첫 차 시간도 알아 볼 겸 고베역으로 되돌아갔다.

3시 40분경.

예상대로 고베역은 닫혀 있었고,
고베역 주변을 돌아다녀보니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위 사진의 커피숍 같은 곳이 영업중이었다.

저곳에서 좀 쉴까 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커피숍이라기 보다는 작은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어서
저기서 쉬려면 지출이 좀 클 것 같아 다른 장소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피로는 계속 쌓이고...
왠지 가방이 무겁게 느껴지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말 어디선가 쉬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눈 앞에 불 켜진 건물이 나타났으니...






코인 란도리... 즉, 빨래방!

타국에서 본 빨래방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ㅠㅠ

무인빨래방이었기 때문에 눈치도 안보일 것 같아서
근처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와서 자리를 잡았다.

우유와 빵 봉지를 뜯으며 빨래방 내부를 살펴보니
안쪽에 종이가 하나 붙어있었다.

그거슨......






경 고

빨래방 이용자 외의 출입을 금함




그리고 내가 이 경고문의 해독을 완료한 순간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빨래방 주인이 등장했다. -__________-
소름이 약간 돋았음.

남의 나라에까지 와서 이게 웬 망신 -_-;;;;;

주인 할아버지는 한 쪽 의자에 앉으시며
"... 유꾸리." (쉬라는 의미)
라고 짧게 말하시더니 담배를 한 대 피우시고 나가셨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 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처음 먹어보는 카레빵의 맛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맛은 별로더군 -_-)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죄송한 마음에 바닥 청소를 조금 해놓고 나왔다.

...

슬슬 고베역이 문을 열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고베역을 향해 걸어갔는데

어떤 건물 앞에서 노숙자의 말동무를 해주고 계신
빨래방 주인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 역으로 갔다.

4시 46분. 고베역 오픈!! 어찌나 반갑던지... ㅠㅠ

다시 표를 사고 오사카로 돌아갔다.

아 이제 날 밝고 오사카성만 둘러보면
이번 간사이 여행은 끝나는 건가??

작성일 : 2009-07-20 / 조회수 :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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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이 지역 (2009-05-01 ~ 200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