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던 때의 얘기다.
유럽에서 어디어디를 가볼까 여행 책들을 찾아보던 중
이탈리아 여행책의 이탈리아 남부 챕터를 뒤적이다가
사진 딸랑 한 장의, 한 페이지도 안되는 내용으로 소개된 '포지타노'라는 곳을 알게 됐다.
산에 집들이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같은 느낌도 났다.
아... 여기다.
위 지도상에서 상단의 마커가 로마, 하단의 마커가 포지타노의 위치.
여행책에서 포지타노를 간략하게 언급한 이유는 아마도,
일반 여행객이 찾아가기엔 교통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래도 가능하면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교통편을 찾아보니
현지 여행사의 남부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일단 OK.
그리고 좀 더 알아보니
유럽 여행 정보 까페에 어떤 사람이 직접 다녀온 방법을 적어놓은 글을 보게 되었다.
로마에서 기차 타고 나폴리로 간 뒤 거기서 사철을 타고 소렌토로 가서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고? (꽤 자세히 적혀있었다.)
뭔가 복잡하면서도 해볼만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중간 경유지의 이름이 친숙해서 그랬을 거다. 나폴리 피자, 소렌토 스파게티 가게. -_-;;)
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했다!
8시 50분에 로마의 서울역, '떼르미니'역에 진입했다.
나폴리 가는 기차는 매시 정각에 있었다.
하지만 역이 하도 넓어서 매표소까지 가는데 5분이 걸렸고 -_-
줄서서 표를 끊는데까지 10분이 걸려서 9시 열차는 놓치고 10시 열차를 타게 되었다.
(고속열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유레일패스가 있었어도 발권을 해야했다.)
시간을 보낼겸, 이태리의 에스프레소를 맛보기 위해 주변의 까페를 찾아보다가
맥까페에 가서 1.2유로짜리 까페라떼를 시켰다.
미리 내려놓은 커피를 따라주는 게 아니라
주문 받을 때마다 커피 간 것을 금속 깔대기 같은 것에 덜어넣고
커피머신에 연결해서 내려받아서 내주었다. 신기했음.
내가 쓴 커피를 못 마시는 편이라 이 커피도 내 입에는 썼지만 설탕을 넣으니 마실만 했다.
떼르미니역의 모습과 티켓 사진.
상단의 티켓은 유레일 패스(내가 이용한 건 3개국 5일권),
하단의 티켓이 고속열차 티켓이다.
10시 로마 출발, 11시 10분 나폴리 도착.
에우로스타의 모습과
1등석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음료 + 간식.
창 밖 풍경. 날씨 좋다~~~
근데 어째 좀 시골 가는 느낌. =ㅂ=;
11:10 나폴리 도착.
여기서 소렌토로 가는 사철(국영이 아니라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는 종류의 노선인 듯)을 타야했다.
Circumvesuviana가 사철 이름인 것 같다. 아무튼 화살표를 따라서 이동.
매표소의 모습.
여기서 놀란 건, 파리에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집시'를 봤다는 것!
위 사진에서 붉은 화살표로 표시한 사람이 집시다.
매표 창구 바로 옆에 붙어서 표 사는 사람들에게 동냥을 하고 있었음. -___-;;;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다.
티켓 판매하는 사람이 좀 까칠했다. 지폐를 내면 짜증냄. -_-;
왕복으로 2장을 끊었다. 합쳐서 8유로.
시간표를 보니 시간이 좀 남아서 나폴리역 주변 분위기를 보러 나가봤다.
로마에서 본 건물들은 오래됐지만 기품 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나폴리역 주변의 건물들은 그냥 '오래됐구나...'하는 느낌. -.-;;
시간 맞춰 사철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역 이름이 NAPOLI GARIBALDI, 밀라노에서 나를 헷갈리게 만든 역 이름에도 'GARIBALDI'였는데 이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얼핏 알아본 바로는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인 장군의 이름이라는데
그 이름이 왜 역에도 쓰이는 지는 의문.
그건 그렇고 승강장에서 깜짝 놀란 게 있었는데,
어떤 집시 여자가 애한테 젖을 물린 상태로 승강장의 사람들에게 동냥을 하고 다녔다!! -.-;;;;;;;;;;;;
사철 타고 가다가 찍은 사진.
아마 소렌토 부근이었을 거다.
소렌토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폼페이역을 지났는데 거기서 한국사람이 몇 명 보였다.
(그 이전까지는 보기 어려웠음.)
사철 외형과 내부의 모습.
1시간동안 뭐하면서 시간을 보냈던가... 기억이 안나네.
종점인 소렌토역.
여기서 버스를 타야했다.
역에 있는 매점에서 3.6유로짜리 '시타'버스 표를 구입하고
역 건너편의 정류장에서 기둘렸다.
시타 버스의 외관과 내부 좌석 사진.
깔끔했다.
1시쯤 승차했다.
듣기로는 시타 버스 우측 좌석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
낼름 우측 좌석에 앉았다.
창밖의 풍경.
음... 볼만하네... 정도의 느낌.
그래도 반드시 우측 창가 좌석을 사수해야할 정도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마을을 지나던 중 찍은 사진.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목적지인 포지타노까지는 버스로 40분 가량? 갔던 것 같다.
도착 5분전쯤 되니까 그 때부터 '우측 창가에 앉은 보람이 느껴지는' 절경들이 펼쳐졌다!
그래! 내가 보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거였어!
드디어,
포지타노에 도착했다.
작성일 : 2013-03-13 / 조회수 : 3013